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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건강

저탄수화물 식단 시작했는데… 왜 공복혈당이 더 올라갈까?

by editer 존투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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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지려고 탄수화물 줄였는데, 혈당이 오히려 올랐어요. 저탄수식단이 저랑 안 맞는 걸까요?”

이런 질문, 꽤 자주 받습니다. 사실, 처음 저탄수화물 식단(로우카브, 케토, 카니보어 등)을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죠. 체중은 줄고 식욕도 덜한데, 이상하게도 아침 공복혈당이 더 높아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몸도 좀 무겁고, 머리가 띵하고, 예전보다 덜 또렷한 느낌도 들고요.

분명히 ‘건강한 식단’으로 바꿨다고 믿었는데, 몸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이건 잘못된 신호일까요, 아니면… 어쩌면 몸이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공복혈당, 그 숫자만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공복혈당은 말 그대로, 공복 상태에서 측정한 혈당 수치예요. 보통 70~99mg/dL이면 정상, 100~125면 경계, 126 이상이면 당뇨 가능성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기준, 사실 대부분 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상태를 전제로 만들어진 거예요.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중심의 대사 시스템으로 전환한 몸에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왜냐고요?

몸이 쓰는 연료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죠.



공복혈당이 오히려 오르는 이유: ‘던 현상’과 ‘전략적 저항’


저탄수화물 식단을 시작하면 당연히 혈당을 올릴 만한 음식이 줄어요. 그런데도 공복혈당이 오르는데,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몸이 스스로 혈당을 조금 높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기엔 두 가지 중요한 기전이 작용해요.

첫 번째는 던 페노메논(Dawn Phenomenon).

우리 몸은 새벽 시간에 깨어날 준비를 하면서 코르티솔, 성장호르몬, 글루카곤, 아드레날린 같은 대항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해요. 이 호르몬들은 간에게 “포도당 좀 만들어!” 하고 명령하죠.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든 상태에서는 이 반응이 더 도드라지게 나타납니다. 결과적으로 아침 공복혈당이 높아지는 거죠.

두 번째는 생리적 인슐린 저항성이에요.

병적인 인슐린 저항성과는 달라요. 지방 기반 대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근육과 지방세포가 당분 흡수를 일부러 제한하는 거예요. 대신 뇌나 적혈구처럼 포도당이 꼭 필요한 조직에 우선 공급되게끔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거죠. 몸이 아주 똑똑하게 자원을 배분하고 있는 겁니다.



전환기엔 피곤하고 멍할 수 있어요. ‘케토 플루’ 때문이죠


이 과정은 일종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기예요. 흔히 ‘케토 적응기’라고 보통 이야기를 많이하는데요. 이때는 기존의 포도당 연료 시스템은 이미 꺼졌고, 새로운 지방 연료 시스템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죠.

이 과도기에는 피곤하고, 머리도 안 맑고, 집중도 안 되고, 몸도 무거울 수 있어요. 흔히 말하는 ‘케토 플루’ 증상입니다. 여기서 멈추고 싶을 만큼 불편할 수 있지만, 사실은 몸이 더 나은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중이라는 신호이기도 해요.

이 시기의 공복혈당은 다소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인슐린 수치는 오히려 낮거나 정상입니다. 즉, 몸이 병든 게 아니라, 적응하고 있는 거예요.



적응 이후엔 어떻게 될까?


보통 3주에서 6주쯤 지나면, 몸은 서서히 지방 연료 시스템에 익숙해져요. 대사 유연성이 회복되면서 공복혈당도 점차 안정됩니다.

물론 이건 사람마다 달라요. 탄수화물 섭취량, 활동량, 수면의 질,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변화 폭은 다양하죠. 어떤 사람은 적응 이후에도 공복혈당이 90~105mg/dL 정도에서 머물 수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식후 혈당이 튀지 않고, HbA1c가 안정적이며,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아졌느냐는 거죠.



공복혈당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들


공복혈당 하나만으로 건강을 판단하는 건 너무 단편적이에요. 혈당의 ‘변동성’, 인슐린 민감도, 그리고 전신 대사 상태의 균형이 훨씬 중요한 기준입니다.

실제로 지방대사에 완전히 적응한 이후에는,
• 당화혈색소(HbA1c)가 떨어지고,
• 공복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며,
• 내장지방과 염증 수치도 개선되고,
• 식욕 조절이 쉬워지고,
• 에너지와 수면의 질도 좋아집니다.

이 모든 변화는 몸 전체의 대사 시스템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예요. 저탄수화물 식단은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대사 건강을 되찾는 전략이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공복혈당 상승, 불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결국 저탄수식단 초기의 공복혈당 상승은 정상적인 대사 적응 과정이에요. 병이 아니라, 연료 시스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신호죠.

그러니 공복혈당 수치 하나에만 매달리지 말고, 식후 혈당, HbA1c, 전반적인 컨디션을 함께 보세요.

‘공복혈당이 올라서 저탄수식단이 나랑 안 맞나 봐’ 하고 너무 빨리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지금 몸은, 새로운 에너지 방식으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전환 중일지도 모르니까요.



핵심 요약 3줄

• 저탄수화물 식단 초기에 공복혈당이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대사 전환 현상입니다.
• 던 현상과 생리적 인슐린 저항성이 주요 원인으로, 병적 상태와는 다릅니다.
• 시간이 지나면 공복혈당은 안정되고, 전반적인 대사 건강은 오히려 더 나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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