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식단.
간단히 말하면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듬뿍 먹는 방식이죠. 이 식단을 시작하면 처음엔 몸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는 게 하나 있죠.
바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오른다는 것.
“아니, LDL이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던데, 이거 괜찮은 걸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의문입니다.
검진 결과에 빨간 글씨가 뜨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나는 이제 약을 먹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덜컹 듭니다.
그런데 잠시만요. 정말 그 수치 하나만 보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단정 지어야 할까요?
여기엔 조금 더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LDL이 올라가는 이유
저탄고지를 시작하면 몸의 에너지원이 당 → 지방으로 전환됩니다.
탄수화물이 줄어드니까, 간은 지방을 더 많이 연료로 전환해야합니다.
그러다 보니 VLDL(초저밀도 지단백) 같은 리포단백질을 더 열심히 만들어냅니다.
이때 간에서 만들어진 VLDL(초저밀도 지단백)은, 몸 구석구석으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몸 안의 ‘운반 트럭’ 같은 존재인 거죠.
그런데 이 VLDL이 혈관을 돌면서 점점 내용물을 내려놓고 나면, 결국 LDL(저밀도 지단백)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돼요.
그러니까 저탄고지를 하면 연료(지방)를 더 많이 실어야 하니까, 트럭의 숫자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몸이 새로운 에너지원에 맞춰 더 많은 운반차량을 준비하는 과정인 거죠.
또 한 가지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저탄고지를 하면 일부 사람들은 LDL 입자 크기가 커지고, 밀도는 낮아지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의학적으로는 크고 가벼운 LDL 입자는 혈관벽에 잘 달라붙지 않고, 산화되기도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작고 조밀한 LDL(small dense LDL)은 크기가 작아 혈관벽 사이로 스며들기 쉽고, 산화되기도 더 쉽지요.
이 산화된 LDL이 결국 염증과 동맥경화의 원인이 될 수 있게됩니다.
그래서 입자 크기가 커지고 밀도가 낮아진다는 건, LDL 자체의 ‘질’이 더 나은 쪽으로 변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즉, 수치가 올라도 위험성이 덜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단순히 “LDL 올랐다 → 위험하다”는 공식이 무조건 맞는 건 아닌 거죠.
연구들에서 볼 수 있는 저탄고지와 LDL의 연관성
저탄고지 식단(LCHF)과 LDL 콜레스테롤의 관계는 여전히 흥미로운 연구 주제입니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저탄고지를 지속하면 HDL(좋은 콜레스테롤)은 오르고, 중성지방은 내려가는 경향이 꽤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죠.
그런데 특히 주목할 점은 LDL 수치에 개인차가 있다는 점입니다.
한 연구(Valsdottir et al., 2022)에선 건강한 젊은 성인들이 3주간 저탄고지를 했을 때,
LDL 증가 폭이 5%에서 107%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같은 식단인데 누군가는 살짝 오르고, 누군가는 두 배 넘게 올랐다는 거죠.
이렇게 LDL 수치가 크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고반응자, ‘하이퍼 리스폰더(hyper responder)’라고 부릅니다.
더 흥미로운 건 LDL의 ‘질’에 대한 연구입니다.
Faulkner 등의 2022년 메타분석에 따르면, 저탄고지는 LDL 입자 크기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입니다.
크고 가벼운 LDL 입자는 작고 조밀한 것보다 혈관에 덜 해롭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Santos 등의 연구(2021)는, 적절한 지방 섭취가 오히려 작은 LDL 형성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지방 많이 먹으면 LDL이 나빠진다는 기존 통념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죠.
물론 모든 사람에게 저탄고지가 ‘안전하다’고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최근 연구(Bjornson et al., 2024)에선 이미 심혈관 위험 요인이 있거나 LDL이 높은 사람의 경우 저탄고지가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결과들을 보면, 결국 중요한 건 ‘개인별 반응’을 살펴야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식단이라도 유전자, 장내 미생물, 기존 건강 상태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다를 수 있거든요.
앞으로는 유전자 검사나 대사 분석으로 누가 저탄고지에 잘 맞는지 미리 예측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이 연관 논문은 포스트 글 맨 아래에 출처 논문을 명시해두었습니다.
LDL이 올랐다 → 그럼 나 위험한 건가?
사실 LDL 수치가 높다고 해서 곧장 ‘위험’ 딱지가 붙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안에 어떤 LDL이 담겨 있느냐, 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 크고 가벼운 LDL → 혈관벽에 잘 달라붙지 않음
✅ 작고 조밀한 LDL(small dense LDL) → 더 쉽게 침착될 수 있음
게다가 LDL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함께 봐야하는 다른 수치가 있습니다. 바로 염증 수치(CRP, ApoB)인데요,
CRP, 염증 수치가 높으면 LDL이 산화돼서 혈관을 더 위협할 수 있습니다.
ApoB는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는 지단백의 개수를 나타내는 지표라, 이것도 함께 봐야 하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몸 전체의 대사 건강 상태도 무시할 수 없어요. HDL이 높고, 중성지방이 낮고, 혈당 조절이 잘 된다면 같은 LDL 수치라도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을 수 있거든요. 반대로 당뇨, 고혈압, 비만 같은 요인이 있다면 리스크가 더 커지고요.
결국, LDL 수치만 딱 떼어놓고 해석하긴 어렵다는 이야기예요.
그렇다면, LDL이 올랐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너무 겁먹지 마세요. 숫자만 보고 불안에 휩싸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는 꼭 체크해봐야겠죠.
- LDL 수치가 200 이상으로 확 올랐다면 → 병원에 가서 ApoB, LDL 입자 수, hs-CRP 같은 추가 검사를 권합니다.
- HDL이 높고, 중성지방이 낮고, 염증 수치가 정상이면 → 상대적으로 괜찮을 가능성이 높아요.
-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강하다면 → 전문가 상담 꼭 받으시고, 필요하면 식단을 조금 조율해보세요.
결론적으로
저탄고지를 하다 보면 LDL이 오르는 건 꽤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나쁜 신호라는 뜻은 아닙니다.
숫자 뒤에 숨은 맥락을 함께 살펴봐야 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검사 결과 하나에 너무 스트레스받기보다,
- 다른 수치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 필요할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 내 몸의 반응을 관찰하고 기록해보는 것.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건강은 숫자 하나로 말해지지 않으니까요.
📌 이 포스트의 3줄 요약
- 저탄고지 식단에서 LDL 상승은 에너지 대사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며, 개인별 차이가 매우 큽니다.
- LDL의 '양'보다 '질'(입자 크기, 산화 정도)과 함께 중성지방, HDL, 염증 지표, 전반적 대사 건강 상태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 저탄고지 식단 중 LDL이 상승했다면, 추가 정밀 검사와 전문가 상담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참고 논문
- Valsdottir TD, et al. Effect of a low-carbohydrate high-fat diet on LDL cholesterol in healthy, young, normal-weight individuals. Atherosclerosis. 2022.
- 건강한 젊은 성인 대상 저탄고지 식단 실험에서 LDL 반응이 개인별로 5%~107%까지 다양하게 나타남
- 본문에서 언급한 'hyper responder' 현상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
- 저탄고지 식단에서 개인별 LDL 변화 패턴의 다양성 증명
- Faulkner K, et al. Effect of carbohydrate-restricted dietary interventions on LDL particle size and number in adults.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22.
- 탄수화물 제한 식이가 LDL 입자 크기 증가와 작은 LDL 입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메타분석 결과
- 본문의 "LDL 입자 크기와 수"가 중요하다는 주장의 직접적 근거
- 저탄고지 식단이 LDL 입자 특성을 변화시키는 메커니즘 설명
- Santos FL, et al. The effects of fat consumption on low-density lipoprotein particle size in healthy individuals: a narrative review. Lipids Health Dis. 2021.
- 적절한 지방 섭취가 작고 조밀한 LDL 입자 형성을 줄일 수 있다는 종설 연구
- 개별 지방산보다 전체 식이 패턴의 중요성 강조
- 본문의 "전체적인 대사 건강 상태" 평가 필요성 뒷받침
- Bjornson E, et al. Association of a Low-Carbohydrate High-Fat Diet With Plasma Lipid Levels and Cardiovascular Risk. JACC: Advances. 2024.
- 저탄고지 식단과 LDL-C, apoB 수치 증가 및 심혈관 사건 위험 사이의 연관성 보고
- 본문의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전문가 상담 필요" 주장 근거
- 저탄고지 식단 접근 시 개인별 위험 요소 평가의 중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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