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기능이 안 좋아요."
라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갑상선암도 요즘은 많이 흔해졌구요.
특히 여성들에게 더 갑상선질환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갑상선 기능 이상은 자가면역 질환이라는데 정말그럴까요?
오늘은 이 궁금증을 풀어보려 합니다.
함께 읽으면 이해가 깊어지는 포스트 1 >>> 에스트로겐 + 갑상선 + 면역계: 여성 건강의 삼각 관계
함께 읽으면 이해가 깊어지는 포스트 2 >>> 내 증세는 폐경(완경)기 증상일까? 갑상선 항진일까?
갑상선 항진증과 저하증의 주요 원인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지휘자 역할을 하는 갑상선. 이 작은 나비 모양의 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면 온몸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크게 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항진증'과 기능이 저하되는 '저하증'으로 나뉘는데요, 이 두 상태의 가장 흔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갑상선 기능 이상의 대다수는 실제로 자가면역 질환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갑상선 항진증: 그레이브스병이 주된 원인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신체 대사가 과도하게 빨라지는 항진증. 이 상태의 약 70-80%는 '그레이브스병'이라는 자가면역 질환에서 비롯됩니다. 그레이브스병에서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갑상선을 '외부 침입자'로 오인하고 항체를 만들어 공격합니다. 그런데 이 항체가 묘하게도 갑상선을 파괴하는 대신, 오히려 갑상선을 자극해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들어요.
그레이브스병은 눈 증상(안구 돌출)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원인의 항진증과 구별되기도 합니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며, 스트레스나 임신 같은 상황이 방아쇠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갑상선 저하증: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주범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저하증은 어떨까요? 성인에서 발생하는 갑상선 저하증의 약 90%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라는 자가면역 질환에서 비롯됩니다. 이 경우도 면역 체계가 갑상선을 공격하는데, 그레이브스병과 달리 갑상선 조직이 실제로 파괴되어 기능이 서서히 저하됩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천천히 진행되는 편이라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하거나 없을 수도 있어요. 수년에 걸쳐 서서히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다가 결국 증상이 뚜렷해지는 경우가 많죠.
자가면역 외에도 있는 갑상선 기능 이상의 원인들
하지만 모든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자가면역 질환 때문은 아닙니다. 다양한 비자가면역성 원인들도 있어요.
비자가면역성 갑상선 항진증
- 독성 결절성 갑상선종: 갑상선에 혹이 생겨 과도하게 호르몬을 분비하는 경우
- 일시적 갑상선염: 바이러스 감염이나 출산 후 발생하는 일시적인 염증으로 인해 갑상선 세포가 파괴되면서 저장된 호르몬이 한꺼번에 방출되는 상태
- 과도한 요오드 섭취: 요오드가 풍부한 약물이나 조영제 노출 후 일시적으로 발생
- 갑상선 호르몬제 과다 복용: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갑상선 호르몬제의 용량이 너무 많은 경우
비자가면역성 갑상선 저하증
- 갑상선 수술 후: 갑상선 암이나 다른 이유로 갑상선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제거한 경우
- 방사성 요오드 치료 후: 항진증 치료를 위해 방사성 요오드를 사용한 후 갑상선 조직 손상
- 약물 유발성: 리튬, 아미오다론 같은 특정 약물의 부작용
- 요오드 결핍: 심각한 요오드 부족 지역에서 주로 발생
- 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태어날 때부터 갑상선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거나 기능하지 않는 경우
일시적인 갑상선염
특히 재미있는 것은 '아급성 갑상선염'이나 '산후 갑상선염' 같은 일시적인 염증 상태가 가져오는 갑상선 기능의 롤러코스터같은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 초기에는 갑상선 세포가 파괴되면서 저장된 호르몬이 혈액으로 방출되어 일시적인 항진 상태가 됩니다. 그 후 갑상선의 호르몬 저장고가 고갈되면 저하 상태로 넘어가고, 최종적으로는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되죠.
이런 일시적 갑상선염은 전형적인 자가면역 질환은 아니지만, 면역 시스템이 관여하는 것은 맞습니다. 마치 갑상선에 대한 일시적인 '알레르기 반응'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왜 여성에게 갑상선 자가면역 질환이 더 흔할까?
갑상선 질환, 특히 자가면역성 갑상선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5-8배 더 흔합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여성에게 7배, 그레이브스병은 5배 더 흔하게 발생하죠.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유력한 가설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역할입니다. 에스트로겐은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는 경향이 있어, 자가면역 반응을 더 촉진할 수 있어요. 또한 X 염색체에는 면역 관련 유전자가 많아, 여성(XX)은 남성(XY)보다 이런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죠.
임신, 출산, 폐경 같은 호르몬 변화가 큰 시기에 갑상선 질환이 처음 발병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함께 보면 이해가 깊어지는 포스트 >>> 에스트로겐 + 갑상선 + 면역계: 여성 건강의 삼각 관계
마무리하며
갑상선 기능 이상의 대부분은 자가면역 질환에서 비롯되지만,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원인들이 있으며, 정확한 원인 파악은 적절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합니다.
특히 여성, 가족력이 있는 사람, 다른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사람은 갑상선 기능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기적인 검진과 비정상적인 증상 발생 시 빠른 의료 상담이 중요하죠.
갑상선은 작지만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우리 몸의 리듬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리듬이 깨졌을 때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건강 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이 포스트의 3줄 요약
- 갑상선 항진증의 주된 원인은 그레이브스병, 저하증의 주된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둘 다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 수술, 방사선 치료, 약물, 일시적 염증 등 비자가면역성 원인으로도 갑상선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X 염색체의 영향으로 갑상선 자가면역 질환에 더 취약합니다
출처
- Cooper, D. S., & Biondi, B. (2019). Subclinical thyroid disease. The Lancet, 393(10171), 1513-1527. https://doi.org/10.1016/S0140-6736(18)32559-3
- Brix, T. H., & Hegedüs, L. (2012). Twin studies as a model for exploring the aetiology of autoimmune thyroid disease. Clinical endocrinology, 76(4), 457-464. https://doi.org/10.1111/j.1365-2265.2011.04318.x
- Ngo, S. T., Steyn, F. J., & McCombe, P. A. (2014). Gender differences in autoimmune disease. Frontiers in neuroendocrinology, 35(3), 347-369. https://doi.org/10.1016/j.yfrne.2014.04.004
- Vanderpump, M. P. (2011). The epidemiology of thyroid disease. British medical bulletin, 99(1), 39-51. https://doi.org/10.1093/bmb/ldr030
- Benvenga, S., Antonelli, A., & Vita, R. (2015). Thyroid nodules and thyroid autoimmunity in the context of environmental pollution. Reviews in Endocrine and Metabolic Disorders, 16(4), 319-340. https://doi.org/10.1007/s11154-016-9327-6
'건강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일까? (자가 체크부터 진단까지) (0) | 2025.05.10 |
---|---|
갑상선 혈액검사 쉽게 이해하기 - TSH, T3, T4, 항체 검사 알아보기 (0) | 2025.05.09 |
옥살산, 옥살레이트 디톡스의 모든 것. 어떻게 옥살레이트를 배출할까? (1) | 2025.04.24 |
근육은 운동할 때 자라는 걸까? 근비대와 근육 성장의 원리 (0) | 2025.04.23 |
옥살산 결정이 신장 너머까지, 몸속 옥살산 침착이 남기는 상처 (0) | 2025.04.23 |